지나간일을 회상하며/잃어버린역사를 생각하며

방랑시인 김삿갓의 이유는

평암 2011. 10. 7. 16:07

 

- 김삿갓 (김병연 1807~1863) -

 

 

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(金炳淵)으로 1807(순조 7)년,

경기도 양주에서 김안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으며

자는 난고(蘭皐), 별호는 김삿갓(金笠)이라고 합니다.

삿갓 다섯 살 때 평안도 선천 부사였던 조부 김익순이

홍경래의 난 때에 싸우지도 않고 투항한 죄로 역적으로 몰려

집안이 멸족 위기에 당면하였을 때,

노복 김성수의 도움으로 형 병하와 함께 황해도 곡산으로 피신하였고,

시간이 지나 멸족에서 폐족으로 사면이 되자,

형제는 어머니에게로 돌아갔으나

아버지 김안근은 역적이 되었다는 사실에 화병으로 죽고 맙니다.


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는 자식들이 멸시받는 것이 싫어서

강원도 영월로 집을 옮겨 자신들의 신분을 숨기고 살았기에

병연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자랐습니다.

그는 다섯 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글에서 뛰어난 솜씨를 보여

그의 나이 열여섯에 사서삼경에 통달하였고,

특히 시 쓰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. 

자신의 출신에 대해 모르던 병연은 과거의 하나인 백일장에 응시하여,

김익순을 경멸하고 가산 군수 정시를 찬양하는 시제로 장원급제하게 됩니다.


의기양양하여 집으로 돌아 온 병연에게 부인이 말합니다.

“어머니가 혼자 울고 계시니... 어서 가 보세요.”

“어머니, 소자이옵니다. 제가 장원급제를 했는 데, 왜 울고 계십니까?”

그때 어머니는 병연을 보고

"이제 너에게 더 이상 숨길게 없으니 조상님에 대한 이야기를 다 해야겠구나!

백일장에서 장원급제한 너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되니 에미 가슴이 터질 것 같구나.

하지만 이 또한 가운이요 천벌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.“


"장원이 된 그 백일장 시제의 주인공 '김익순‘은.....  바로 네 조부이시다."


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? 병연은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되는 데....


"말이 났으니 무얼 더 숨기겠느냐.

이게 다 네 조상을 숨긴 에미 탓도 크구나.

조상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네게 한마디만 해줬더라면

최소한 조상을 욕해 장원급제하는 일은 없었을 터인데.........“


어머니는 병연이 쓴 글을 앞에 놓고 차분하게 말씀하셨다.

역적 이상의 형벌로 멸족 당할 위기 앞에서

김익순의 종이었던 곡산의 김성수라는 사람이

병연과 병연의 형 병하를 피신시켜 남몰래 키워 주었고

시간이 지나 멸족의 죄에서 폐족의 죄로 사면되자

지금의 어머니께 돌아오게 된 이야기며,

화병으로 돌아가신 부친 김안근의 이야기며,

강원도 영월 땅으로 오게 된 사연을 차분하게 말씀하셨다.


하염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시며 어머니는 이야기를 이어 가셨다.


"돌아가신 조상님 일은 그렇다 하더라도 산 사람은 살아야겠기에

거짓말로 너희들을 잘 길러보고자 한 일이 이렇게 됐으니

너희들을 본의 아니게 불효자로 만들었구나!

너희들 인생이 아직 구만리 같으니 벼슬은 못한다 해도

더이상 조상을 욕할 수야 없지 않느냐?

앞으로 마음 단단히 먹고 남의 손가락 질 받는

못된 사람 소리 듣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거라!"


"아! 어머니!

세상에 이토록 기구한 운명이 어디 또 있을까요?

제가 기껏 배운 몇줄의 글로 제 조상을 욕하다니....

아~~~~~! 

어쩌면 좋단 말인가?!!!!"


자신의 내력을 어머니께 들은 병연은, 

조상을 욕되게 한 불효와, 역적의 후손이라는 불충의 자책에

20세 무렵부터 처자식을 둔 채로 방랑의 길에 오르고,

이때부터 그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

스스로 삿갓을 쓰고 죽장을 짚은 채 방랑생활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.


조상을 욕보였다는 자책으로 푸른 하늘을 다시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여기고

평생을 방랑했던 시인, 김삿갓!!